재판부 “면탈 목적 입증 안 돼”
1심 유죄 ‘벌금형 선고’ 뒤집어
채무 불이행에 따른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재산을 숨긴 혐의로 기소된 5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제3-2형사부(부장판사 권미연·정현희·오택원)는 지난 10일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강제집행면탈죄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손괴 또는 허위 양도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해 채권자를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형법 제327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앞서 소방시설 관리업을 운영하던 A 씨는 2012년 7월께부터 한 건물 소방 안전관리 용역을 위탁받아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관리 소홀로 큰 화재가 발생했고, 관련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면서 4억여 원을 배상할 위기에 놓였다.
A 씨는 소유 재산이 강제집행 당할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배우자를 대표이사로 내세워 새 회사를 설립했다. 또 기존 위탁관리 계약사 일부와 새 명의로 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A 씨가 손해배상 채무에 따른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했다고 보고, 강제집행면탈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거래처를 허위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기존 회사의 재산을 은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관련 민사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회사의 이미지가 악화돼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이는 점, 기존 회사의 손해배상 채무가 새 회사로 이전된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 씨에게 강제집행 면탈의 목적이 있었음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를 대리한 법무법인(로펌) 대륜 고정항 변호사는 “A 씨가 일부 거래처와 계약을 해지하고 배우자 명의의 회사로 양도한 것은 사업 지속 어려움이라는 경영상 이유 때문이었다. 즉, 채무 회피 목적이 아니다”며 “이에 따라 화재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 역시 새 회사로 승계돼 피해를 본 건물 측은 민사집행법 제31조에 의해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아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A 씨가 소방시설업을 양도하고 그 거래처를 이전한 행위는 허위 양도나 강제집행면탈죄의 은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채권자를 해할 위험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무죄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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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집행 피하려 재산 은닉’ 혐의 50대, 항소심서 무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