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고형 약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유통 효율성 및 비용 절감을 내세운 창고형 약국에 대해 기존 약사업계는 의약품 오남용 및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창고형 약국이 비대면 판매까지 시도한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점에 지난달 12일 의약품의 비대면 판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다(대법원 2023도9880 판결). 해당 판결은 대면으로 문진한 후 판매한 다이어트 한약을 전화통화로 재주문받아 택배 배송해준 행위에 대한 약사법위반을 다룬 사례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위 행위에 대해 '의약품의 주문, 제조,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의 주요 부분이 약국 내에서 이뤄진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며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약사법 제50조 제1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1노1678 판결).
① 대면으로 문진하고 한약을 1차 판매한 이후, 전화통화로 해당 한약을 좀 더 먹고 싶다는 취지로 이야기해 택배로 해당 한약을 재차 판매
② 1차 판매한 한약과 재차 판매한 한약의 내용물, 구성, 가격이 모두 동일
③ 한약 구매자가 전화통화를 통해 별다른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아 판매자로서는 추가로 대면해 문진할 필요성이 없다고 봄
그러나 대법원은 약사법 제50조 제1항이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해 의약품 판매 장소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충실한 복약지도 등을 통한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뿐만 아니라 보관과 유통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 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약화 사고 시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봤다.
이어 '주문자를 대면한 상태에서 한약을 복용한 후의 신체 변화 등을 확인한 다음 주문자의 신체 상태에 맞는 한약을 주문받아 조제하고 충실하게 복약지도하는 일련의 행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중간과정 없이 판매자가 주문자에게 한약을 직접 전달하지도 않았는 바 의약품의 주문, 인도, 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이 약국 내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창고형 약국의 다음 비즈니스 모델로 꼽히는 '온라인 주문 및 택배 배송'이 현재 시점에서는 약사법 제50조 제1항(판매 장소 제한)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다만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에서 비대면 진료 및 약 처방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 국내에서도 2022년 6월 약국 앞에 설치된 기기의 모니터를 통해 약사와 화상 통화로 상담 및 복약지도를 거친 후 원격제어 시스템으로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동판매기에 대해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가 지정된 점 등을 보면 국내에서도 관련 규정이나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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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대면 의약품 주문 및 택배 배송에 대한 법적 쟁점 (바로가기)